에티모틱 리서치라는 회사는 이어폰 전문기업으로, 이어폰 명가라고 해도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전문성과 기술을 겸비하며, 실제로도 뛰어난 제품을 만들고 있는 회사입니다.
그런 회사의 레퍼런스 이어폰이자, 최고가 제품은 ER4 시리즈입니다. 최고가라고 해서 100 근처까지 가는 제품도 아니고, 30만원 초반의 제품입니다. 커스텀 이어폰에 비하면 정말 저렴하지요.
제가 기존의 주력 이어폰인 EX600이 고장난 이후, 이제 한 곳에 정착하고 싶다 생각한건지, 지끔까지도 평이 좋은 20년이 넘도록 사랑 받고 있는 명기인 ER4 시리즈로 마음에 굳히고 있던 찰나에, 공식 수입사인 사운드캣에서 ER4-P를 청음 했습니다. 청음 당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중역이 사실적이며, 음이 차분했던 것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음이 차분하다는게 반응이 느린 것이 아니고, 어느 대역이 강조되지 않고, 약간은 다이나믹함이 적다는 뜻으로 받아 들이면 될 것 입니다.
제가 구매한 제품은 ER4의 포터블 버전인 P버전에서 패키징만 개선된 제품은 PT 버전입니다. P 버전과 제품 자체는 동일합니다. (편의상 P로 부르겠습니다.)
ER4 디자인
ER4P는 사실 가격에 맞지 않는 약간 싸구려틱한 디자인입니다. 겉보다 속이 중요한건건 사실이지만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ER4-PT 패키징
패키징은 매우 알찹니다. 팁도 매우 다양하고, 케이스에 6.3mm 변환잭과 기내에서 사용하는 이어폰잭 변환단자 등과 함께 이러한 그래프도 동봉됩니다.
이 종이의 첫면은 ER4P의 FR 그래프입니다. Target은 가장 좋은 소리에 대한 국제 기준이고, 실선은 ER4P의 응답 특성입니다. 그리고, 밑에 있는 Listener’s perceived response는 직선을 그릴수록 균형 잡힌 소리를 들려줍니다. 위에 언덕이 하나 있는 그래프는 RAW 데이터로 국제 표준과 비교해 이렇다를 확인 시켜주는 것이고, 실제 들리는 소리에 대한 그래프는 Listener’s perceived response 그래프입니다.
그리고, 뒷면에는 제품별 FR 테스트 결과로, 시리얼 번호와 테스트한 사람의 서명이 적혀있습니다. 좌우 편차가 매우 적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아무리 고가의 제품이라도 FR 그래프를 숨기던 이어폰 시장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입니다. 에티모틱사가 그만큼 퀄리티에 자신 있다는 것이겠죠.
착용감
에티모틱사하면, 극악의 착용감을 제일 먼저 떠올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에티모틱사의 이어폰을 제대로 들으려면 , 동봉된 팁중 회색 3단팁이나, 투명한 3단팁을 사용해 들어야합니다.
이 3단팁의 착용감이 극악이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포기부터 하지 말고, 직접 껴보시는게 좋을듯 합니다.
본인의 귀에 3단 팁이 끝에 조금 남기고 다 들어간 상태에서 통증이 크지 않다면, 적응할 여지는 충분하다 생각됩니다. 예로, 저는 작은 팁만 써온 귀라, 작은 3단팁을 선택했는데도, 오래 들으면 조금 통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귀이도가 들어나는 것인지 적응이 되어갑니다.
음질
이 이어폰을 쓰기 위해 감안해야 할 것이 한두개가 아님에도,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음질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음의 밸런스
음의 배런스는 위의 Listener’s perceived response 그래프로 판단할 수 있으며, 이어폰과 헤드폰에서는 그래프보다 극저음이 더 적게 느껴진다는 현상(이 현상은, 스피커의 극저음은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데 반해, 이어폰과 헤드폰은 귀를 통해서만 소리가 전달되기 때문이라고하며, 아직 정확한 증명법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수 많은 유저들이 귀를 통해 증명한 것입니다.)처럼 저도 ER4P의 극저음이 적은편으로 느꼈습니다. 하지만, 저음이 살짝 적은 것은 음을 깔끔하고, 차분하게해서 제가 듣기엔, 다른 일을 하면서 듣는 BGM으로는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공간감
스테이징은 여타이어폰보다는 적게 느껴지겠지만, ER4를 보고 정직한 공간감이라는 표현이 정말 공감됩니다. 가감없는 솔직한 공간감 때문에, HRTF(Head Related Transfer Function, 양쪽 귀의 여러 변수를 이용하여 이어폰과 헤드폰에서 정위감, 공간감을 형성하는 것 정도로 생각하시면됩니다.)이 적용된 음장을 사용하는데 매우 용이합니다.
해상력
ER4P는 뛰어난 음의 밸런스와 함께 잔향이 적어,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저역 해상력은 아무래도 중고역에 비해 떨어지는 편입니다.
전체적인 음색
차분하고, 깔끔한 소리이면서, 섬세하기까지 하지만, 차분함은 다른말로는 다이내믹함이 적다는 것입니다.
차음성
ER4-P는 3단팁 때문에 차음성이 훌륭합니다. 제가 써본 어느 이어폰보다도 차음성이 좋더군요. 덕분에 최근 매미 소리가 인이어 안 끼고는 너무 커서 귀가 따갑고, 신경이 곤두섰는데 ER4P 쓰면서 왠만큼 차음이 되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또한 실내에서 사람의 말소리도 거의 차단시켜주어, 작은 음량으로도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주며, 고막에 좀더 가까이 삽입하는거라 걱정했는데, 실제로 제가 집에서 오픈형 헤드폰으로 듣는 소리의 4분의 1로 들어도 나름의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보통 이어폰들은 어느정도 음량이 되어야 실력을 발휘하는데 반해, ER4는 저음량부터 고음량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므로, 청각을 보호할 수 있는 이어폰이라 생각됩니다.
AS
에티모틱 본사의 AS는 친절하고, 보증 AS 기간인 2년이 넘어도 AS가 가능하며, 왠만해서는 대부분 무상 교체를 해주며, 이어폰이 산산 조각나도 130달러면 새제품으로 교환해 준다는군요. 다만, 국내 공식 수입사인 사운드캣에 대해서는 말이 좀 많더군요. 에티모틱 리서치 본사의 대인배 AS와는 달리, 내부적 문제도 3개월이전에만 무상처리가 가능하며, 3개월 이후 2년이전에만 9만원에 새제품 교환 가능하며, 그 후에는 그것마저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단선은 무조건 유상처리입니다. 외형적 불량의 경우 제품가의 20~50%의 비용이 발생한답니다. 에티모틱 본사에 보내면 대부분 무상이지만, AS 맡기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네요.
이어폰을 선택하는데 보아야할 조건
1. 오픈형이 좋을지 인이어형이 좋을지 선택해야한다. 오픈형은 좀더 음질적으로 나을수 있지만, 이어폰을 주로 사용하는 외부에서는 외부소음 유입으로 인이어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2. 착용감이 좋아야합니다. 속칭 레알 플랫이라 칭해지는 ER4의 경우 좋은 음을 들을수 있을진 몰라도 귀에 맞지 많은 사람들에게는 귀의 통증이 심하므로 적합하지 않습니다.
3. 음의 균형이 잘 맞고, 극고역은 귀를 쉽게 피로하게 하므로 가뜩이나 귀를 피로하게하는 이어폰에서는 되도록 강조보다는 살짝 뭍히는 것도 좋습니다.
4. 디자인이 어느정도 좋아야합니다. ER4처럼 음질은 좋지만, 싸구려 디자인이면 자기 만족도가 떨어지고, 심지어는 몇백원짜리 이어폰으로 보는 사람까지 있습니다.
5.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야합니다.
1번의 관점에서 ER4P는 호볼호가 갈리고, 2,4번 관점에서 ER4P는 최악이며, 3,5번 관점에서는 최상인, 그런 이어폰이지만, 착용에만 문제가 없다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이어폰입니다.
장점
1. 뛰어난 음의 밸런스
2. 뛰어난 해상력
3. 정직한 공간감
4. 차분하고 깔끔한 소리
5. 뛰어난 차음성
단점
1. 않좋은 착용감
2. 핀을 사용해도 나는 터치노이즈
3. 극저역의 에너지 부족
4. 팁의 청결 관리 문제
5. 휴대용으로 사용하기에 줄이 조금 김
6. 싸구려틱한 디자인
가격
사운드캣 매장에서 33만원, 인터넷 최저가는 29만원선입니다.
총평
ER4P는 출시된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출시 20여년이 넘게 사랑 받는 ER4 시리즈 중 한 제품 답게 음질적으로는 정착점, 또는 종결자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습니다. 하지만, 터치 노이즈나, 착용감, 디자인 같은 여러 문제들도 동반 하므로 다른 이어폰보단 조금 신중히 접근해야하는 제품이기도 합니다.
4 comments
팁은 얼마나 많이 주나요???
회색(대) 3단팁 2쌍, 투명(중) 3단팁 1쌍, 폼팁 3쌍 정도입니다.
잘봤습니다 ㅎㅎ er4의 케이블모양은 웨스턴 시리즈를 보는것같네요 지금 에티모틱리서치의 가성비킹 mc5를 사용하고있는데 얼마안가서 er4나 트파쪽으로 업그레이드 생각중입니다 ㅋㅌㅌ
MC5를 잘 쓰셨다면 트파로 가는건 비추합니다. 트파는 보컬 모니터용이라 V자 음색입니다. ER4시리즈는 터치노이즈나 착용감의 개선점이 좀 필요한 이어폰이긴해도 음질적으로는 가장 완벽한 이어폰이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비슷한 성향의 우성전자 X20과 더블팁의 조합도 괜찮습니다. 착용감이나 터치노이즈면에서는 더 낫습니다.